3-3. SAFE 투자 구조 완전 해부
3.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가치평가
3-3. SAFE 투자 구조 완전 해부
스타트업 투자에서 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계약 구조 중 하나가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다.
2013년 Y Combinator가 복잡한 초기 투자계약을 단순화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으로,
전통적인 전환사채나 우선주보다 훨씬 간결하고 유연하다.
SAFE는 말 그대로 “미래의 주식에 대한 단순 계약”이다.
즉, 지금은 지분을 받지 않지만, 향후 유상증자나 시리즈 투자 시 지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조건부 약정이다.
이 때문에 SAFE는 가치평가 과정에서도 일반적인 밸류 산정과는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SAFE는 대출이 아닌 투자다
SAFE는 일종의 전환계약이지만, 부채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자도 없고 만기일도 없으며, 상환 의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부담 없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빠르게 투자할 수 있고,
스타트업이 후속 라운드에 진입했을 때 자동으로 지분 전환이 이뤄지는 구조다.
회계상 자본 또는 조건부 자본으로 분류되며,
실제 전환 전까지는 주주로서의 권한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핵심 조항: Valuation Cap과 Discount
SAFE 계약에는 보통 두 가지 조항이 포함된다.
이 조항들이 바로 향후 전환 시 몇 %의 지분을 받게 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 Valuation Cap: 향후 투자 시 기업가치가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이 Cap 이하로 간주하고 지분을 전환하겠다는 조항이다.
예: Cap이 50억 일 때, 후속 라운드 Pre-money가 100억이더라도 50억 기준으로 전환됨 - Discount: 후속 투자자의 조건보다 일정 비율 저렴하게 지분을 전환하는 조항이다.
예: Discount 20% 일 경우, 후속 라운드의 80% 가격으로 전환
보통은 두 조항이 함께 들어가며, 전환 시점에는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쪽이 자동 적용된다.
이로 인해 투자자는 초기 위험을 부담한 대가로 후속 라운드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MFN 조항과 SAFE 간 복잡성
SAFE는 간단해 보이지만, 여러 투자자들이 각기 다른 조건의 SAFE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전환 구조가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이때 일부 투자자들은 MFN(Most Favored Nation) 조항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다른 투자자가 더 좋은 조건을 받는다면, 동일 조건을 적용해 달라”는 조항이다.
SAFE는 계약서상 단순하지만, 이처럼 여러 조항이 얽히면 전환 시점에서의 희석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SAFE를 사용할 때
가능하면 한 라운드에 한 종류의 조건만 설정하려고 한다.
SAFE는 언제, 왜 쓰이는가
SAFE는 보통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된다.
- 초기 단계(Seed, Pre-A)에서 빠른 투자 유치 필요 시
- 명확한 밸류에이션 산정이 어려운 상태일 때
- 정식 투자계약보다 단순하고 저렴하게 계약을 진행하고자 할 때
특히 후속 라운드 전까지 자금 여유가 필요한 브릿지 용도로도 자주 활용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밸류 협상 없이 빠르게 자금을 받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지분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AFE는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서 유연성과 속도를 확보해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단순하다는 이유로 위험이 없다고 보기엔 어렵다.
Cap과 Discount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동시 전환 시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지 등을 명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향후 전환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희석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스타트업 가치평가에서 SAFE는 숫자보다 조건이 중요한 계약 구조다.
‘얼마에 투자했는가’보다, ‘어떤 조건으로 전환되는가’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