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업가치평가

3-1. 스타트업 가치평가가 어려운 이유

doungle 2025. 4. 8. 08:00

3.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가치평가

3-1. 스타트업 가치평가가 어려운 이유

스타트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전통적 방식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이익도 없고, 자산도 부족하며, 사업모델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회사가 얼마짜리인가’를 따지는 건
수학보다는 스토리텔링에 가까운 작업이 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에서는 반드시 가치평가가 이뤄진다.
투자 지분율을 정하고, 향후 수익률을 계산하고, 투자자와 창업자가 서로 협상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가치평가가 어려운 이유는 측정 불가능한 것들을 수치화하려는 시도 자체에서 시작된다.


재무제표에 기반한 분석이 불가능하다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초기 단계에 이익은커녕 매출도 미미하다.
심지어 재무제표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통적 가치평가 방식인 DCF, PER, EV/EBITDA 등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이익구조가 전제되어야 의미 있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아직 시장 진입 초기이거나, BM 자체가 실험 중인 경우가 많다.

결국 숫자 대신 ‘가능성’을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때 투자자들은 창업자 인터뷰, 제품 방향성, 시장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량보다 정성 중심의 가치판단을 하게 된다.


핵심은 ‘미래 성장 스토리’다

스타트업 가치의 대부분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실현될 수익에 근거한다.
아직 수익이 없어도, 잠재적으로 수백 배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수십억~수백억의 가치가 부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TAM(Total Addressable Market, 전체 시장 규모),
사업 확장성, 고객 유지율, 제품 출시 일정 등을 면밀히 살핀다.

즉, 과거 실적보다는 미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가 중심이 된다.
이 때문에 IR 자료나 피치덱의 완성도가 실제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비교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상대가치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사 기업과의 비교'인데,
스타트업은 대부분 시장에 독특한 모델이나 기술로 접근한다.
결국 비교할 기업이 없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있다 해도 시장/국가/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멀티플 기반 비교는 오히려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20배 EV/Sales로 평가받는 SaaS 기업이 있다고 해도,
한국의 유사 기업이 같은 멀티플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산업 구조, 자본시장 성숙도, 인수합병 가능성 등 변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벤처캐피탈은 자체 내부 벤치마크와 ‘시장 내 거래 관행’을 바탕으로
가격이 아니라 조건 중심의 투자 협상을 진행한다.


희석과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단순한 밸류에이션 숫자 외에도,
희석(Dilution), 우선주 조건, 후속 라운드 구조 등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예를 들어 A라운드에서 100억 밸류에 10억을 투자받았다고 해도,
후속 투자에서 밸류가 떨어지거나 전환권이 행사되면 기존 주주 지분은 급속히 줄어든다.
그래서 실제 투자자는 “지금 밸류가 얼마냐”보다 “향후 구조 변화에서 내 지분은 어떻게 되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결국 가치평가는 금액 자체보다는 지분 구조 설계와 투자자 보호 장치까지 포함된 종합 판단이 된다.

 

스타트업의 가치는 숫자가 아닌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정교한 모델보다 중요한 건 설득력 있는 미래와 이를 실행할 팀의 역량이다.

그래서 스타트업 가치평가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사람, 시장, 가능성, 구조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된다.
가치평가 공식은 존재하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불완전함 속에서 투자자와 창업자는 끊임없이 ‘합리적인 추정치’를 찾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