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과 위험관리-11] 신용등급과 시장 반응의 관계
신용등급과 시장 반응의 관계 – 숫자 하나가 시장을 흔드는 방식
채권을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정보 중 하나는 신용등급이다.
AAA, AA-, BBB+ 같은 알파벳 조합은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해당 발행자의 신용위험을 수치화한 시장의 언어다.
하지만 이 등급은 단순히 리스크 판단을 넘어서, 금리, 스프레드, 투자 수요, 파생상품 계약까지 연쇄적 반응을 일으키는 트리거가 된다.
신용등급이란 무엇인가?
신용등급(Credit Rating)은 채권을 발행하는 정부, 금융기관, 기업이 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다.
국내외 주요 평가사는 다음과 같다:
- 국제: S&P, Moody’s, Fitch
- 국내: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평, 한기평 등
등급은 보통 AAA에서 D까지로 구분되며, BBB- 이상은 투자등급, 그 아래는 **투기등급(하이일드)**로 간주된다.
등급 변화에 시장은 왜 민감할까?
신용등급은 그 자체로 투자자격 여부, 금리 수준, 담보 요건, 파생상품 계약 조건에 직접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기관투자자의 내부 규정에 따라 “투자등급 채권만 보유 가능”이라고 돼 있다면,
한 기업이 BBB-에서 BB+로 강등되는 순간, 강제 매도 압력이 발생하고, 유동성 위기가 생긴다.
또한, A등급과 BBB등급 사이에서는 신용스프레드가 수십 bp 이상 차이가 나므로, 조달 금리 자체도 급격히 달라진다.
실제 사례: 한전의 등급 강등과 금리 급등
2022년 말, 한국전력은 대규모 적자로 인해 신용등급이 'AAA → AA+'로 하향 조정되었다.
이후 한전채 발행 금리는 급등했고, AA+ 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일시적으로 70~80bp 이상 확대되었다.
한전은 사실상 정부에 가까운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등급 강등이 금리 상승과 발행 실패로 연결된 사례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등급 자체보다 '등급의 방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이일드 전락이 의미하는 것: '폴른 엔젤(Fallen Angel)'
신용등급이 투자등급(BBB-)에서 투기등급(BB+)으로 떨어지는 순간, 해당 채권은 '폴른 엔젤'이라 불리며 기관투자자의 매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단순한 리스크 증가가 아니라, 강제적인 자산 재조정과 스프레드 급등을 유발하는 제도적 경계선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 위기 당시, 미국의 포드(Ford)와 메이시스(Macy’s)는 폴른 엔젤로 전락하면서 채권 수요가 급감했고, CDS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2배 이상 폭등했다.
파생상품에서의 연쇄 반응
CDS 계약, TRS(총수익스왑), 레버리지 론 구조화 상품 등은 신용등급 변화가 자동 계약 조건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예:
- CDS 계약상 ‘리퍼런스 엔티티’의 등급이 BB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 종료
- CDO 내 특정 채권의 등급 하락 시, 하위 트랜치 손실 확대
- 담보 자산의 등급 강등 → 마진콜 또는 추가 담보 요구 발생
즉, 신용등급 하나가 바뀌면 파생상품 시장 전체가 연쇄 반응할 수 있다.
신용등급 구간별 시장 반응 요약
신용등급 | 시장 인식 | 스프레드 | 파생상품 영향 |
---|---|---|---|
AAA ~ AA | 최고 신용, 안정 자산 | 낮음 (10~40bp) | 거의 없음 |
A+ | 우량 기업 | 중간 (40~80bp) | 기초자산 조건 충족 유지 |
BBB+ | 투자등급 최하단 | 상대적 고금리 (80~150bp) | 등급 하락 시 계약 조건 변경 |
BB+ 이하 | 투기등급, 폴른 엔젤 | 급등 (150bp 이상) | 헤지 조건 발동, 리스크 이전 확대 |
마치며
신용등급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시장의 계약과 판단이 연결된 매개체다.
등급 하나가 내려가면 금리가 오르고, 매도 압력이 발생하며, 파생상품 계약이 강제로 청산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장은 숫자 하나에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용등급은 시장 구조 안에서 '트리거'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제 부도보다 등급 강등이 더 빠른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